PCB가 도착했다. 부품도 다 샀다. 이제 조립만 하면 끝.

3일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2주 걸렸다.


AD7280A 납땜

AD7280A는 LQFP-64 패키지. 0.5mm 핀 피치.

인두기 들고 시작했다. 핀 10개 정도 납땜하는데 옆 핀이랑 브릿지됐다.

납 흡입기로 빼고 다시. 또 브릿지. 빼고 다시.

30분 만에 IC 패드가 벗겨졌다. PCB 1장 폐기.


플럭스

선배한테 SOS 쳤다. “플럭스 바르고 해.”

플럭스? 부품함 뒤져서 찾았다. 노란 액체.

IC 핀에 바르고 납땜했더니 납이 스르륵 퍼졌다. 마법 같았다.

플럭스가 산화막 제거하고 표면 장력 낮춰서 납이 잘 흐르게 해준다. 이걸 왜 이제 알았나.

그 뒤로 정밀 납땜 전에는 무조건 플럭스.


열풍기

플럭스로 AD7280A 하나 성공. 근데 4개 다 붙이는 데 2시간 걸렸다.

열풍기 쓰면 빠르겠다 싶었다.

온도 450도, 풍량 최대로 설정하고 IC에 열풍 쐈더니 IC가 날아갔다. 진짜로 풍압에 밀려서.

다시 올리고 풍량 줄였다. 온도는 그대로.

1분 지나도 납이 안 녹았다. 2분 지나니까 PCB가 휘기 시작했다.

올바른 설정:
온도: 350°C
풍량: 중간
거리: 2~3cm
시간: 30초~1분
예열: 150°C로 30초 먼저

이거 찾느라 PCB 2장 더 날렸다.


극성

전해 커패시터 달았다. 전원 넣었다. ‘펑!’

커패시터가 터졌다. 천장에 알루미늄 조각이 박혔다.

극성 반대로 달았다. 실크 마킹이랑 실제 부품 마킹을 확인 안 했다.

그 뒤로 극성 부품은 세 번 확인. 데이터시트, PCB 실크, 실제 부품.


납땜 순서

다음 PCB. 이번엔 제대로 하자.

부품 많은 쪽부터 시작했다. 커넥터 먼저, 그 다음 IC.

IC 납땜하려는데 커넥터가 방해해서 인두가 안 들어갔다. 열풍기 쓰려니까 커넥터 플라스틱이 녹았다.

올바른 순서:
1. 낮은 부품 (저항, 칩캡)
2. IC
3. 중간 높이 (전해캡, 크리스탈)
4. 높은 부품 (커넥터, 릴레이)

낮은 것부터 높은 것 순서. 지금은 당연한데 그때는 몰랐다.


쇼트 찾기

납땜 끝나고 전원 연결 전에 테스터기로 확인.

VCC-GND 사이 저항 측정했더니 거의 0옴. 쇼트.

어디서 쇼트인지 몰랐다. 납땜한 곳이 200개가 넘었다.

확대경으로 2시간 동안 찾았다. 못 찾았다.

결국 전류 제한 전원 공급기로 50mA 넣고 손가락으로 더운 데 찾았다. IC 근처가 뜨거웠다.

10배 확대경으로 보니까 0.1mm 납 찌꺼기가 두 패드 사이에 있었다. 맨눈으로는 절대 못 봤을 크기.


콜드 조인트

전원 쇼트 수정하고 켜봤다. AD7280A 하나가 응답 안 했다.

오실로로 보니까 신호가 중간에 끊겼다.

핀을 확대경으로 봤다. 납땜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근데 테스터기 대면 도통이 안 됐다.

콜드 조인트. 열이 부족하면 납이 녹기만 하고 접합이 안 된다. 겉보기엔 납땜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안 붙어있다.

해당 핀 다시 납땜. 인두기 온도 확인하고, 핀이랑 패드를 함께 가열한 후 납 공급.


조립 순서

PCB 완성. 케이스에 넣었다.

케이스 조립

커넥터 연결하고, 나사 조이고, 뚜껑 닫았다.

“아, 점퍼 세팅 안 했다.”

뚜껑 열고, 커넥터 빼고, 점퍼 바꾸고, 다시 조립.

“아, 펌웨어 안 넣었다.”

또 분해.

조립 체크리스트:
□ 납땜 검사
□ 쇼트 테스트  
□ 기본 동작 테스트
□ 펌웨어 다운로드
□ 점퍼/DIP 스위치 설정
□ 캘리브레이션
□ 시리얼 번호 기록
□ 케이스 조립
□ 커넥터 연결
□ 최종 테스트

체크리스트 만들고 나서는 분해 횟수가 확 줄었다.


정리

납땜에서 배운 것들:

  • 플럭스 필수
  • 열풍기는 350도, 풍량 중간
  • 극성 세 번 확인
  • 낮은 부품부터 높은 부품 순서
  • 전원 넣기 전 쇼트 체크
  • 콜드 조인트 주의
  • 조립 전 체크리스트

납땜은 기술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Part 9 하드웨어 설계편 끝.

다음은 번외편. AD7280A 단종 통보 받던 날 이야기.

번외 #1 - AD7280A 단종 이야기